나의 그림 사랑/유채

겨울의 억새

그림넝쿨, 곰쥐 2004. 7. 22. 20:58

 

친구랑 1년에 한 번쯤 같이 산을 오르게 된다.
바쁘기도 하거니와 시간맞추기가 쉽지않다.
삼십년 세월 동안의 모든 일들 다 보고 겪어서 말 안해도 알 수 있는 친구다.
어쩌다 일년쯤 연락이 없어도 섭섭치 않다.
어느날 불쑥 목소리 들으면 어제보고 오늘 또 보는 사람같다.
아마도 내가 살인을 했다 해도 무슨 이유가 있겠지하고
무조건 내편을 들어 줄줄 의심치 않는다.
일부러 잘하려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모습으로 웃어도, 울어도, 화를 내어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친구.
밀양의 표츙사를 거쳐서 사자평까지 올랐다가 찍은 사진속의 겨울 억새다.
바람에 바스락 거리는
성냥불 갖대대면 온 산이 벌겋게 타 버릴
그런 마른 억새풀 속에서 웅크리고 먹었던 도시락이 생각난다.
50호 크기의 유화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