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는 이야기

풋감에 대한 추억

그림넝쿨, 곰쥐 2004. 7. 29. 21:14

내가 어릴적 살던 집에는 감나무가 몇그루 있었다.
마당한쪽에 아주 오래된 창감(감 모양이 작으면서 하트모양)나무가 있었고
뒤꼍에는 도감(종 모양으로 큰 감)나무가 있었다.
창문앞에는 심은지 오래지 않았으나 가지가 휘어질듯이 감이많이 열리던
단감 나무가 있었다.
홍시가 되거나 가을이 지나 익어야만 먹을 수 있었던 감보다
일찍 먹을수 있었던 단감 나무는 우리형제들의 표적이었고,
아버지는 용케도 몰래 따먹은 감의 개수를 다 알아내곤 했었다.

감나무는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우리들에게 좋은 먹이감이기도 했다.
봄에 감꽃이 후두둑 떨어질때면 실에다 감꽃을 주워 꿰어서 목걸이도 하고
약간 마르면 먹기도 하였다.
감꽃도 막 떨어졌을 때 먹으면 떫은 맛이 났으니까.

조금 지나서 감이 영글기 시작하고 제법 아기의 주먹만 해지면
바람에도 떨어지고 벌레에 의해서도 떨어지던 풋감들을
새벽마다 누가 줏어갈 새라 바구니 옆에 끼고 하나 가득 담아왔었다.

우리가 살던 옆집은 표교당이어서 동자승이랑 스님들이 살았고
돌담넘어 음식을 주고 받고 사이좋게 지냈었던것 같다.
가끔 땡중이라 놀리고 도망가기도 하고, 그래서 아버지께 혼나기도 했지만....
표교당절에는 감나무가 우리집 거보다 더 큰게 많아서 떨어지는 감도 많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떨어진 풋감을 줏어와서는
장독대에 안 쓰는 작은 항아리에다 니것, 내것 정해두고는 소금물을 가득 채워서
풋감을 넣어 두었다가 일주일인가 뒤에 먹었던 기억이난다.
오래되어서 지금 먹으면 무슨맛으로 먹겠냐고 하겠지만
그때는 참 맛있었던것 같다.
갑자기 그때가 생각나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