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방

바람의 발자국 (박정순)

그림넝쿨, 곰쥐 2004. 9. 19. 23:00

푸른 물살 너울거린

바람은 줄달음치면서 간다

정적이 한웅큼 쌓인

뒷뜰에

발자국 가지런히 벗어놓고

어둠 속에서

침묵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간 그는

무거운 창을 두드리지 못한

얼굴 창백한 달빛

나무들이 고개 끄덕이는

머리 위로

한 무리 새떼가 바람처럼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