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애와 쵸코
뜬금없이 작은애가 우는 소리를 한다.
"엄마, 나 일 저질렀어."
뭔데? 뭐냐고 다구쳐 물어도 집에 가서 보잔다.
현관을 들어서며 베시시 웃으며 내미는 종이가방속에는 까만 토끼 한마리가 들었다.
아이구, 병아리의 악몽이 살아난다.
작은애는 살아있는 작은 애완용 생물에 관심이 많다.
올챙이며, 햄스터며, 병아리.
그중에 병아리의 사건은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사온지 이틀만에 아이의 손에서 죽어가던 노랑병아리와 하루종일 울면서 애도하던 아이의 모습과, 장례식, 그후 계속되는 병아리무덤의 순례는 가히 온식구의 화제거리였었다.
길거리에서 만오천원을 주고 친구랑 한쌍을 샀단다.
검은숫놈은 지가 데려오고 하얀 암놈은 친구가 키우기로 했다나.
그래서 이름을 쵸코와 파이로 했다네.
토끼라면 내 어릴적 토끼장에서 키우던 하얀 큰토끼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풀을 베어 먹이던 먹이를 생각할수 밖에 없다. 토끼풀, 쓴냉이, 기타 토끼가 좋아하던 풀들
고소한 냄새가 나는 사료한봉지와 주먹만한 작은 컴은 토끼 한마리를 나더러 키우란다.
이틀을 기숙사 침대위에서 토끼와 같이 살았다니, 기가 막힌다.
사람손을 탔는지 쓰다듬어 주면 가만히 엎드린자세를 취하고 낼름 앉은 다리위로 기어오르는 녀석이 귀엽기는 하지만 구석구석 지린내를 풍기며 노란 오줌을 누고, 다니며 까만 똥을 흘리고 다니는 녀석이 아주 귀찮다.
작은애는 스승의 날이라 학교가고 나는 작업실 가느라 집을 비운사이 살짝 닫아놓은 문이 열렸는지 토끼는 밖을 나와서는 베란다에 까지 영역을 넓혔다.
시들어 떨어진 개발선인장 꽃을 다 먹어치우고 고구마잎까지도 뜯어먹었다.
물기있는 야채를 주지 말라던데 그예 일을 저질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