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이야기
지금 저의 집 분위기는 썰렁합니다.
말 그대로 냉전중이거든요.
남편의 고향으로 갔지요.
고추친구들의 모임겸 피서겸 겸사겸사해서 갔습니다.
청학골로 유명한 지리산자락 청암계곡의 어느 골짜기에 자리를 잡아 놓았더라구요.
수박과 포도, 잘 보관해둔 배와 남자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보양탕까지 준비를 했었구요.
우리는 말 그대로 객지에서 오랜만에 내려가는 손님으로 손하나 까딱안하고 받아먹었지요.
이제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쯤이 되니 밖에 나오면 궂은일은 남자분들이 다 하기로 약속을 받아내고 동행했기에 쬐끔 마음은 불편하지만 꾹 참고 버텼지요.
저녁에 잘들 먹고 펜션에 설치된 노래방에서 노래도 하고 잘 놀았답니다.
저는 초저녁에 얻어먹은 술 몇잔에 넉다운되어 차 안에 들어가서 뻗어버렸구요.
누군가가 막 깨워서 일어나니 시간은 이미 열두시가 다 되어가구요.
가까운곳의 친구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 버려 겨우 세 부부만이 남았답니다.
자, 술 좋아하는 세사람의 남자는 아침해가 떠오를때까지 노래도 부르고 했던얘기 또하고
또하고, 울었다 웃었다. 아주 옆 사람들 잠도 못자게 시끄러웠지요.
소주 한박스를 다 마셨답니다. 글쎄..
친구야, 친구야, 세상에 둘도없는 내 친구야... 내가 요즘 이렇게 힘들다 고 남편은 어리광이 늘어졌어요.
옛날 애들 어릴때 고향친구들 좁은 우리집에서 놀고 갔던적이 있었는데 그때 얘기에서 부터 지금 우리 마누라가 얼마나 못돼졌는지 아주 고개를 내저으며 울더라구요. ㅠㅠ
그냥 넘어갔지요. 꼴도 보기 싫었지만 생긋 웃어주고 집에 가면 보자 별렀지요.
아침도 챙겨먹고 요즘 전어회축제를 한다네요.
가을 전어라든데 여름에 웬~? 했더니 여기서는 여름에 전어를 먹는데요. 가을에는 구어먹는 전어라나요.
그래서 또 전어 먹으러 갔어요.
축제 장소에는 너무나 복자해서 발디딜 틈이 없다네요. 그냥 시장횟집에서 사갖고 송림에 가재요. 송림에 가면 수백그루는 될 법한 소나무 하나하나에 다 번호가 있어요.
자리 깔고 긴 모래 강변에서 놀다가 소나무아래서 잠을 자면 끝내줍니다. ^^
자, 술에 절여진 남편의 행동을 일일이 설명을 할수가 없어요.
빨리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수 밖에 없는데 오랜만에 친구한테 신경쓴다고 놓아주지를 않고 술타령이었답니다.
많이 힘들다는것 다 알지요. 왜 모르겠습니까만 이십몇년의 세월을 같이 살면서 저 술버릇만큼은 하나도 안 고쳐 지네요.
집에 와서도 말한마디 안했지요.
지금도 서로 눈도 안마주치고 있어요.
아침에 국끓여 놓고 채려놓으니 밥은 먹네요.
블로그 오랜만에 들어오니 홈에 소개가 되어있다고 하네요.
많은 분들이 들러주셔서 제 그림을 보고 가신답니다.
쬐끔 기분이 좋아진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
여러분들 모두 행복하세요.
즐거운 여름 되시기 바랍니다.
졸지에 남편의 악처가 돼버린 여자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