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방

짧은 노래 (류시화)

그림넝쿨, 곰쥐 2004. 6. 23. 19:35

벌레처럼

낮게 엎드려 살아야지

풀잎만큼의 높이라도 서둘러 내려와야지

벌레처럼 어디서든 한 철만 살다 가야지

남을 아파하더라도

나를 아파하진 말아야지

다만 무심해야지

울 일이 있어도 벌레의 울음만큼만 울고

허무해도

벌레만큼만 허무해야지

죽어서는 또

벌레의 껍질처럼 그냥 버려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