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은책, 읽고 싶은책

카사노바의 베네치아

로타 뮐러 지음 이용숙 옮김

카사노바는 1725년 이탈리아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하급 성직자로서 축성을 받았으며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천성적으로 음악과 모험 연애를 즐기고 권위적인 것에 야유를 보낸 그의 태도는 권력자들의 분노를 샀다. 그는 국가종교재판소의 판결로 1756년을 비롯해 두 차례 '납지붕 감옥'에 갇혔으며 그때마다 탈옥해 결국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떠나 있어야 했다.

단순 패륜아이자 '민법상 총각'으로 남을 뻔했던 카사노바를 '기억해둘 만한 문필가'이자 '성애性愛의 모험가'로 자리잡게 한 것은 말년의 회상록 ' 내 인생 이야기'였다. 독자들은 이 글에서 베네치아의 운하와 골목길, 궁전과 광장, 수녀원과 카페들에서 그가 벌인 격투와 밀애를 읽게 된다.
그는 한 마리 물개처럼 베네치아의 물길들을 곤돌라를 타고 오갔으며, 길눈 좋은 경주마처럼 밤길을 내달릴 수 있었기에 이미 애인이 있는 여인들과 능란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대본 작업을 했던 그는 산 사무엘레 극장의 칸막이 관람석에서 밀애를 나눴다. 초 값을 아끼려 했던 극장주가 어두운 조명을 방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리도토 카지노에서 돈을 빌려줬던 귀부인들을 주데카섬으로 데려가기도 했으며 산타주스티나 성당 수도원에서 두명의 수녀를 동시에 애인으로 만들어 돈 조반니보다 더 저주받을 바람둥이임을 입증했다.
어떤 여자에게도 미련을 두지 않았던 그가 진정 사랑했던 것은 유럽 어디를 떠돌던 영원한 북극성으로 남아있던 베네치아였다. 젊은 시절 그를 '사랑의 오페라'의 주연으로 만들었던 무대였기 때문이다.

동아 일보 권기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