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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방

내 마음의 벽화2 (박정순)

글을 모르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말인 줄 아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말이 바람인 줄 아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나는 글을 안다, 그림이 말이 아닌 줄 나는 안다

말이 바람이 아닌 줄 나는 안다

그러므로 그 벽화는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

내게 말을 걸고

쪽지를 건네주고

바람에 펄럭이는 그 벽화는

어두워져야 보이고

비바람이 몰아쳐야 보이고

내가 혼자 먼 길 갈 때 보인다

그러므로 그 벽화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말해 줄 수 없다

그 벽화가 기쁘다

그 벽화가 슬파다

그 벽화가 까르르 웃고

그 벽화가 젖은 울음을 운다

벽화의 주인은

벽이다

나를 감싸주는

그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