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모르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말인 줄 아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말이 바람인 줄 아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나는 글을 안다, 그림이 말이 아닌 줄 나는 안다
말이 바람이 아닌 줄 나는 안다
그러므로 그 벽화는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
내게 말을 걸고
쪽지를 건네주고
바람에 펄럭이는 그 벽화는
어두워져야 보이고
비바람이 몰아쳐야 보이고
내가 혼자 먼 길 갈 때 보인다
그러므로 그 벽화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말해 줄 수 없다
그 벽화가 기쁘다
그 벽화가 슬파다
그 벽화가 까르르 웃고
그 벽화가 젖은 울음을 운다
벽화의 주인은
벽이다
나를 감싸주는
그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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