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모처럼 온식구 호출령을 내려놓고.
아침일찍 부터 서둘러 엄마집에 갔다.
고추모종을 사기 위해 시장을 가니, 가는날이 장날이라 상인들이 전을 치느라 복잡하기 그지 없다.
농약방에서 고추모종 한판에 만원씩(백포기) 네판을 사서 싣고 대나무 잘라서 묶은것 한다발을 실었다.
올여름엔 풋고추 신나게 따먹겠다.
엄마가 시키는 데로 간격을 30센티미터쯤 띄워서 고추모를 심고 대나무를 옆에 꽂았다.
작년에 사용했던 대나무와 산것을 합쳐도 백개쯤 모자란다.
남편은 낫을 들고 고속도로넘어 골짜기 대나무숲에서 대를 잘라오고,
나는 엄마가 밭에 뿌려놓은 취나물을 뜯었다.
탱자나무와 찔레나무 아래에는 아침이슬에 젖은채 돈나물 (돌나물)이 머위(머구) 잎들과 함께 지천이라 쪼그리고 앉아 한웅큼 뜯어넣었다.
오늘 밥상은 토끼밥상이겠다.
점심때 동생내외가 오기전에 축협에 들러 돼지고기도 사고 장날 시장을 보러 나갔다.
시원시원하게 물건을 흥정하고 사는 엄마가 요즘말로 쿨하다.
딸기도 한소쿠리 사고, 고추장아찌도 사고, 국거리 재첩도 사고...
이번장날엔 갈치가 싸다.
한마리에 천원씩 다섯마리 자르니 구워먹고 호박넣고 찌개도 해먹겠다.
아직 봄인데 애호박도 세개에 천원밖에 안한다.
하우스에서 제철없이 나오는 과일과 채소 때문에 학교에서 어느철에 무슨 과일이 나오는지 문제를 내면 아무도 맞히지 못한다지...
그래도 장날엔 한번쯤 나올만 하다.
없는게 없다.
모처럼 다들 온식구가 모여서 먹는 고기맛은 왜 그리 맛있는지 많다 싶던 고기가 하나도 안 남았다.
세시간을 고기 굽고 앉은 나를 보고 제부가 "저러니 그림을 그리지 대단하십니다" 한다.
세시간 앉은것이 무에 그리 대단하다고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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