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림 시
하늘 가득 내리는 햇빛을 어루만지며
우리가 사랑하였던 시간들이 이상한 낙차를
보이면서 갈색으로 물들어간다 금강물도 점점
엷어지고 점점 투명해져 간다 여름새들이
가고 겨울새들이 온다 이제는 돌 틈으로
잦아들어가는 물이여 가을 물이여
강이 마르고 마르고 나면 들녘에는
서릿발이 돋아 오르고 버들가지들이 얼어
은빛으로 빛난다 우리는 턱을 쓰다듬으며
비좁아져 가는 세상 문을 밀고 들어간다
겨울과 우리 사이에는 적절한지 모르는
거리가 언제나 그만쯤 있고 그 거리에서는
그림자도 없이 시간들이 소리를 내며
물과 같은 하늘로 저렇듯
눈부시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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