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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책, 읽고 싶은책

향수

 

내가 책에서 손 놓은지 7년쯤되나보다.
블로그하면서 책을 다시 잡기 시작했지만 예전처럼 책을 붙들고 있지는 못한다. 아니 안된다.
이책도 역시 딸이 사놓은 책이다.
부제목이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생선 쓰레기 더미에서 태어나 버려진 사생아가 주인공이다.
그루누이라 이름붙여진 이 사생아는 몸에서 냄새가 전혀 없는 특이한 체질이다.
나무의 진드기 처럼 질긴 생명력과 그의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그를 피하고 두려워한다.
가죽공장에서, 향수제조공장으로 옮겨가는 과정, 세상의 모든 냄새를 소유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주인공이 최상의 향수, 즉 가장 좋은 체취를 얻기 위해 스물 다섯 번에 걸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집념의 일생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멀리서 나는 향기를 쫓아가는주인공의 후각또한 경이롭다.
이 소설의 재미는 소재의 특이성에서 비롯된다.
향수라는 달콤하고 이색적인 소재와 악마적인 주인공의 행태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향수의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오늘날 우리생활에도 이미 냄새에 관한 문제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럽 문화에 있어 향수의 의미는 각별한 것이었고, 악취 문제와 연결된 향수의 발달사는 흥미롭다.
풍부한 자료와 전문가적인 구체적인 묘사. 스피드한 빠른 이야기의 전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만든다.
덤으로 18세기의 풍속도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주인공 그르누이가 천성적으로 사악하고 스물다섯번의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때론 천진스럽고 때론 혐오스럽고, 때론 가련하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은 어쩌면 끔찍하기도 하지만 경이롭고 부럽기도 하다.
어쩌면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하는 향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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