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듯 하지만 종묘상에 가서 배추씨랑 무씨를 사왔다.
밭에 뿌릴 거름 한포에 사천원하고 씨값이 만 팔천원이다.
'이거 이만원어치 배추사면 김장하는거 아니가?'
처음 사본 씨값이 너무 비싸다고 하는 투정으로 남편이 하는 말이다.
저번에 밭 뒤집어 놓고 처음 가는 거다.
제대로 농사 한번 안 지어 봤을 법한데도 어릴적 보고 배운게 있어서 그런지 의외로 남편은
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다시 자라난 풀을 털어내고 밭고르기를 한 다음 골을 타서 배추씨와 무씨를 번갈아 뿌렸다.
아직은 이른것 아니냐 했더니 다음주 쯤이 알맞겠지만 그냥 온 김에 하고 가잔다.
작업실 앞에는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다.
그늘이 넓고 짙어서 평상을 놓고 동네 어른들이 모여서 막걸리파티를 벌이신다. 맨날 맨날..
주차공간도 바로 나무 맞은편이라
차를 타고 오고 가는것을 구멍가게 아줌마를 비롯하여 할 일 없는 노인네들이 잡담을 하면서 관심있게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 본다.
조금만 친절하게 대하다보면 작업실 문도 못열어 놓는다.
처음에 가게 아줌마부터 싹싹하게 인사하고 붙였더니 시도 때도 없이 동네 사람들이 들여다 보고는 쓸데없는 질문이 많고, 동네 아이들까지 드나드는 바람에 지갑도 도둑맞았다.
다행히 가져간 꼬마아이를 찾긴 했는데 이미 돈은 다 써버리고 지갑은 화장실에 버렸던 것을 건져내었지만 쓸수가 없어서 버려야 했다. (화장실이 푸세식이라 ? 묻은...)
그 뒤로는 가능하면 말을 섞지 않거나 나 스스로 친절하지 않기로 하였다.
놀러 오는 아이들도 차단하고.
작업실에는 가끔 친구랑 오거나, 아니면 은주어머니와 수연이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러 올뿐
한번도 남자의 출입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지 남편을 태우고 지나가자 시선이 따갑게 나를 따라 온다. (처음 작업실 옮길때 짐 날라주고는 한번도 작업실 안오는 남편이다)
아니나 다를까
밭에 남편을 내려주고 차를 평소 세우던곳 말고 밭과 가까운곳에 세우고 나는 작업실에 갔다.
작업도 안되고 덥기도 하여 작은 선풍기 틀어놓고 앉아 책을 보고 있으려니 가게 아줌마가 느닷없이 들어온다.
방안이며 작업실안을 누구를 찾기라도 하듯이 샅샅이 훑어보며
'생각보다 안 덥네요' ' 뭘 그리나....?' 하면서 서성인다.
모르는척 하고 '아, 예... 웬일 이세요? 차 한잔 드릴까요?..' 느스레를 떠니 아줌마는 슬며시 나가 버린다.
아마, 남자가 누구인지 굉장히 궁금했나 보다.
일 마치고 다시 남편을 태우고 마을을 나서니 열심히 우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내가 이 말을 하자 남편은 우스워 죽겠단다.
'니, 맨날 다른남자 태우고 오다가 바뀌니까 그러는거 아이가.' 하면서.
오늘 그 동네 사람들 내 얘기하느라 밤 세는거 아닌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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