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몇달만인가 모르겠다.
밀양에 있는 친구 집으로 가기로 하고 아침 일찍 나섰다. (일요일로 치면 이른 시간?)
친구집은 작은 저수지가 있는 이십여가구가 사는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마을이다.
우리는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당에 풀을 뽑았었다.
그런데 오늘은 풀 한포기가 없다.
지난번에 왔을 때 마당에는 온갖 잡초와 함께 채송화들과 민들레며 질경이며 먹거리가 되는 풀들이 다투어 자라 있었고 채송화와 민들레는 남겨 두고 우리가 잡초라고 여기는 풀들만 뽑아내었었는데....
동네 아주머니께서 친구가 힘들어 할까봐 제초제를 뿌렸었단다.
물론 채송화며 민들레며 뭐라 할것 없이 모조리 다 죽어버렸고.
친구는 그 아주머니의 마음은 고맙지만 없어진 풀들에 대해 매우 아쉬워하였다.
나는 들어서자마자 문간옆 화단에 있던 모과 나무잎에 팔이 스쳤는데 벌레에게 쏘이고 말았다.
따갑고 부어 오르는것을 친구가 시키는 데로 이태리 타올에 비누를 묻혀서 싹싹 씻어내니 괜찮아졌다.
이 집은 친구와 신랑이 오래된집을 구해서 육개월정도 보수한 집이다.
서까레며, 나무기둥이며, 천장의 나무들을 그대로 살려서 황토로 바르고 돌을 줏어다 툇마루였던 자리를 앞쪽으로 터서 넓게 거실겸 서재를 만들었다.
방은 구들을 놓아서 가마솥을 걸었다.
사가지고간 고기를 구워서 소주 한잔씩 하고 나는 불을 때지 않아서 시원한 방바닥에 누워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개운타.
두 친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이런 저런 좋은 대화에 심취해 있다.
하루밤을 세도 끝없을 것 같은 그 분위기를 내가 팍~! 깨어 버렸지만...히~~ 미안해 친구야.
가져간 삶은 콩을 갈아서 국수를 삶아 말아 먹으니 정말 맛있다.
동네 구경을 하기로 했다.
나는 몇번 왔으나 처음온 친구를 위해 저수지까지 갔다 오는 도중에 요즘은 자주 집을 비울수 밖에 없는 친구의 동네 친구들이며, 할머니, 아저씨들이 친구를 놓아주지 않고 인사말이 정겹다.
성격이 좋고 착한 친구의 한 면이다.
나 같으면 좀 피곤할것 같아서 인사는 하되 너무 허물없이 대하지는 않을것 같은데....
가지산 넘어 가는 길이 엄청 밀린다고 먼저 나간 친구가 늦게 출발하란다.
요즘,나는
여러가지 생각할 일이 많아서 한 며칠 머리가 아팠었는데 말끔해 졌다.
이곳은 차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전기선도 없다.
오로지 전화선과 전기불만 살아 있을 뿐 생각만해도 지끈지끈한 우리집의 전기선들에서 해방되니 아프던 머리가 절로 낫는다.
방방마다 폰 밧데리선, 컴퓨터의 선, 방방마다 선풍기 선, TV선, 비디오선, 냉장고, 밥솥,....
아이고 머리야,
한가지더,
이곳에서는 폰도 안된다.
아예 꺼 놓아야 된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해방감이 드는지...
아홉시넘어서 출발했는데도 가지산 중턱에서 밀리기 시작하더니 언양 넘어오니 한산하다.
가스떨어지면 어쩌나 걱정되어 에어컨도 틀지 않고 땀흘리면서 왔더니 충분히 오고도 남는다.
진짜로 내것 디카 하나 사야 할까 부다.
찍어올것은 너무 많았는데 아쉽다.
현장작업할 수 있는 곳으로 다시 작업실 옮겨야 하지 싶기도 하고....
'내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구치기(놀이) (0) | 2004.08.14 |
---|---|
어쩌나 (0) | 2004.08.13 |
씨 뿌리기 (0) | 2004.08.06 |
모르겠다........ (0) | 2004.08.05 |
또 디카 고장났다. ㅠㅠ (0) | 2004.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