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클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파리 한복판에 진료실을 가지고 있는 정신과 의사 꾸뻬씨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얼핏 우화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의 진료실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행한 사람들로 넘쳐났었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다른 모든 지역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매달 새로운 의사들이 새 진료실을 내고 있었다. (....) 대체로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그다지 만족하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늘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이 과연 좋은 사람과 결혼했는지 아니면 결혼할 뻔 했는지를 묻곤 했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어떤 것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자꾸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은 당연히 불행하다. 그는 그들을 치료할 수 없었고 그래서 스스로도 불행해졌다. 그래서 꾸뻬씨도 어느날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여행을 떠난다. 어린 시절 삶에 대한 너무도 많은 것들을 얌전히 기다리라고만 배워온 그같은 사람에게 그것은 하나의 결단이었을 것이다.
그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적은 수첩을 하나들고 깨달음이 올 때마다 그것을 적는다. 엄마를 찾아 떠나는 동화 속의 서년처럼 꾸뻬씨는 단순하고 순진한 마음으로 여행동안 만나게 되는 가지가지 얼굴의 색깔을 한 사람들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 그러고는 교화이나 달라이 라마도 똑부러지게 대답하지 못랄 "그 질문이 남자들을 잘 웃게 만들지만 여자들을 울게 할 수 있다는걸" 깨닫는다. 그는 동양의 청녀를 정말로 사랑해 버리기도 하고 스승을 찾기도 하면서 그 스스로 고비를 넘어간다. 그럴때마다 느낀 점들을 적어 행복의 실체를 블록처럼 하나하나 쌓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 글귀들은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것이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과 갖기를 원하는 것들과의 차이, 현재 갖고 있는 것과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최고의 것들과의 차이, 자신이 갖고 있는곳과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의 차이, 이 차이들의 평균이 행복과 '관계' 있다" 는 결론을 얻고 돌아온다. 그런데 그 결론만으로도 주인공은 많은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말하자면 깨달음 역시 말로 다 표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뻬씨는 돌아온 이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엽서를 보낸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능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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