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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책, 읽고 싶은책

김성동 자전소설 1,2권

독학으로 수학교수까지 지낸 아버지가 가난한 사람, 혼자만 잘사는 사람 없는 평등한 인민사회를 주창하는 공산주의자로 몰려 6.25 와중에 처형을 당하자,
그 슬픔과 절망을 감당하여야 하는 할아버지와 가족들의 힘든 생활과 가난과 아픔이 진하게 베여 있는 이야기

김성동 작가 자신의 어린시절의 가난과 배고픔,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산골 마을의 고저넉한 풍경묘사와 이제는 잊어버린듯한 오래된 말투들로 인해 가슴이 저릿저릿해 오는것을 책읽는 내내 느끼곤 했다.

할아버지는 전형적인 옛 유교를 바탕으로 살아오신 이조시대의 진사 어르신이다.
어린 손자를 붙잡고 당신먼저 가신 아드님의 재주와 총명함, 학식을 애석해하며 다섯살에 이미 천자문 명심보감가지 진서를 배우도록 가르친다.

어머니는 스물다섯에 소년과부가 되어 끊임없이 재발하는 속병을 괴로워하며 그나마 딸 순복이와 아들 영복이의 학비를 벌기 위해 식당에서 일을 하신다.
방구석을 헤메며 아으아으 배를 잡고 뒹구는 어머니를 보면서 하릴없이 흙벽을 손톱으로 긁어대는 영복이,
교회를 다니시는 어머니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아무 말씀도 못하시고 나무관세음보살 염불만 외시는 할머니.
길섶에 삘기나 찔레순이나 넝쿨딸기를 따먹는 모습은 60년대 나의 유년 시절을 생가하게 한다.

2권 역시 가난의 굴레 씌워진채 고혈같은 어머니, 할아버지, 누나의 땀으로 그나마 하류 삼류 중,고등학교에 다니게 되는 '나' 는 온통 왜 살아야만 하는지, 사는게 무엇인지 묻고 묻는다.
죽음과 자유,
항상 갈망해오던 미지의 세계로 어느날 문득 기차를 숨어타고 가출해 보기도 하나
배고픔에 겨워 목포의 항구에 배가 너무 멀리 떠있어 돌아오고 만다.
돌아오는 중에 만난 용천뱅이와의 며칠, 아버지의 실체와 그리움..
그토록 공부해봤자 아무런 직장도 잡지 못한 자신의 실체...

책을 읽으며 그 책을 손에서 놓는 순간까지 화두는 틀릴지라도 그 무엇인가를 향한 나그네가 되어 본다.

김성동님은 1947년 충남 보령 외아들로 출생.
6.25때 아버지와 일가친척의 억울한 죽음.
할아버지에게서 진서를 배우며 엄격한 가정교육속에서 성장
1966년 고등학교 3학년때 입산
1976년에 하산
<만다라> <집> <피안의 새> <막살이 집 한채> <붉은 단추>등등.
책을 의지하고 책에서 자신의 모든것을 찾으려 한 사람.
중학교때 이미 외국명작이나 철학서적등을 모두 섭렵.

1994년 독서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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