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그의 자리가 아니었다
정원수 아래
키 작은 꽃들 속에
어우러진 그를 내몰아내기 위해
약을 뿌리고
오늘은 기어코 호미질을 했다
단지 그의 모습이
아름답게 비춰지지 않기 때문에
그의 명성이 없기 때문에
그가 많은 돈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양심이 얼마나 맑은지
허리 곤두세우며 살아왔는지
나 알려고도 하지 않고
성큼 뿌리를 흔들었다
그가 지닌 무수히 많은 밤의 아픔도
쓰라린 상처도 드러내지 않고
한마디 변명 없이
사라질 줄 안다
목이 메였다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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