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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방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김학경)

힘들다고 해서 열정에 사로잡혀
행복에 젓었던 때를 잊을 수 있겠는가?

낮같은 어느 겨울 저녁에 함박눈이 내릴때
당신의 따스한 손을 잡고 걸으며
그리움의 느낌을 나누었는데



외롭다고 해서 뿌뜻함에 사로잡혀
즐거웠던 때를 잊을 수 있겠는가

남녀 구분없이 우리는 비슷한 세상과
세대를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들 아껴주고
스스로를 던지듯 의지했는데



어렵다고 해서 소망에 사로잡혀
하나하나 이루어가던 기쁨을 잊을 수 있겠는가

구슬같은 땀방울이 뺨의 능선을 타고 내려와도
지켜야 하는 가족이 있기에
미소가 입가에 떠나지 않았는데



슬프다고 해서 존재에 사로잡혀
살아 있다는 것에 느겼던 괘감을 잊을 수 있겠는가

좌절을 겪거나 삶의 장애를 느껴도 언제나
인생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참고 수용하고
매일마다 새롭게 꾸는 꿈이
아침이면 가슴에 용기를 심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