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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는 이야기

배추흰나비와 어린 싹

오늘 비가 오신다고
토요일 아침에 배추씨와 무씨를 뿌린 작은 밭에 갔다.
제법 싹이 돋아나서 새끼 손가락만큼씩 키가 자라 있었다.
작업실에 들리고 먼저 밭에간 남편에게 줄 막걸리 한병 사서 뒤따라 갔더니 배추 흰나비 두어마리가 새싹 위를 날아 다니다 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 참 이쁘다 생각하고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군데군데 벌레가 다 먹어버려 줄기만 남은 싹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게 바로 배추 애벌레다.
녹색인듯 갈색인듯 잘 보이지도 않는 몸을 꿈틀거리며 그 여리디 여린 속잎을 먹어치우고 있는것이었다.
이거 약을 쳐야되나 말아야 되나...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오신다.
엄마집에 갔더니 누렁이가 코만 삐끔 내민체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엄마는 호박넝쿨이 다 말라간다고 누렁이 호박과 녹색줄이 있는 작은 호박 하나를 가져가라고 넣어주신다.
무슨무슨 판매행사장이다 하면 동네 할머니들과 가서 받아온 휴지와 황설탕 한 봉지도 넣어 주시네.
내가 좋아라고 받자 남편은 괜히 겸연쩍어 나를 타박하더니 남동생과 마신 소주 한병이 모자란지 밖에 나가서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 들어와서 잠이 들었다.

사람이 자란 환경은 참 중요하다는 것을 세월이 갈 수록 더 느낄 수 있다.
엄마는 참 사람을 편하게 해 주신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일년에 몇번 가지 아니하는 나를 별로 탓하지 않으신다.
'뭐하노 .. 지금 밭에 열무가 연하게 잘 자랐는데 좀 가져가라'
용건도 간단히 하실 말씀만 하시고 끊으면 보고 싶다는 표현이다.
고구마, 양파, 뭐 깻잎등등....
갔다오면서 용돈 좀 드리면
'괜찮은데...'하면서도 '나, 낼, 모레 어디어디 놀러 간다' 그래.
얼마나 귀여우신가.
한번도 자식을 어떻게 키웠네.. 뭐가 서운하네 하신적이 없다.

시댁은 우리와 정반대다.
남편은 일주일에 한번은 꼭 전화를 드린다.
어쩌다 연락을 늦게 하면 죄송하게도 너무너무 서운해 하신다.
정이 많아서 남편역시 사소한 작은것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딸들이 나를 닮았는지 혼자 잘 논다.
가끔은 아빠와 놀아주기를 바라지만 이조시대의 선비같은 아빠의 비위를 맞춰주지를 못해 소리가 나기도 한다.
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삶의 목표가 딸을 키우는 것인양 자신의 모든것을 희생하는듯 하다.
나중에 허무함을 어찌 달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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