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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책, 읽고 싶은책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산문집

현대문학

 

박완서님의 글은 공감이 가서 좋다.

6.25를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60년에 태어나 가난의 절정인 시기 6,7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그렇다.

홍역을 앓던 중에도 학교를 갔다오다가 골목길에서 어지러워 쓰러질뻔하고, 코피를 유난히 자주 쏟았던 나이지만 집에서는 8남매의 중간쯤인 나를 위해 특별히 뭔가 해 주는 법이 없었다.

나, 아프니까 봐 주라고 엄살아닌 엄살을 부려도 그냥 내비두고 저들 끼리 잘도 밥을 먹었다.

지금도 나는 아무리 아파도 밥을 챙겨먹는다.

아마도 그때 너무 서러워서 스스로 챙겨 먹지 않으면 굶는다는것을 깨쳤기(?) 때문일것이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인가 쯤에 태풍에 홍수가 나서 집이 무너지고 피난민이 되었을때 학교에서 배급하는 헌옷을 처음 받아봤다.

지금은 멀쩡한 새옷을 유행이 지났다고, 몸에 맞지 않는다고, 싫증이 났다고 재활용수거 통에 넣어버린다.

그래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아니고 못사는 어느 나라에라도 가겠거니 생각하면 죄스런 마음도 없다.

 

편리한 아파트 공간에서 온수도 난방도 손가락하나만 까딱하면 다 되는 편리함을 누리고 살면서도  가끔은 어릴적 머리맡에 두고 자던 물그릇이 아침엔 꽁꽁 얼음이 얼어있던, 그래서 마당의 낙엽과 함께 군불때던 아랫목이불을 서로 차지하려고 부대끼던 모습들이 아침안개처럼 그립다.

 

이 책의 첫장에 나오는 주택의 마당과 텃밭이 현재 내가 그리고 있는 생활을 이야기 하고 있어 반갑다.

나도 마당있는 집에서 나뭇잎 쓸고 풀 뽑고 상치 심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생활이 좀 불편해도 흙에서 자라나는 싹을 보는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알아보고는 있으나 뜻대로 잘 되지 않아서 속상하다. 요즘은 꿈도 매일 꾼다.  길을 잃고 헤매거나,  뭔가를 떨어뜨려 깨거나 뭔가를 잃어버리고 찾아 헤매거나...  내 마음의 반영이겠지.

 

덜 성숙했던 어린시기에 아프고 힘든 죽음의 전쟁을 겪어내야 했던 지은님의 기억은 어느 책에서나 드러난다.  스스로 계속 울궈먹는다는 표현을 썻듯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생각과 일어나는 일들을 술술 실타래풀듯 글로써 표현을 해 내는 작가님의 필력이 부럽고 대단하다.

내 딸들은 아마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세대차이가 난다.  한끼라도 거르면 큰일 날듯이 밥심으로 살아가는 우리 세대와 다이어트 한다며 닭가슴살과 샐러드로 한끼를 때우는 딸 세대와.

 

끝부분에 토지의 작가 박경리님에게 보내는 글과 나무와 여인의 그림화가 박수근님의 추모글이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