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권 글 . 그림
도 솔
사람 손을 많이 탔는지, 조금은 때도 묻고 변색도 되고 책장도 반쯤 찢어질듯하고...
교도소 안에서 야생초를 그리고 야생초와의 생활을 이야기하며 편지를 빌어 밖으로 내보낸 아름다운 글과 그림책이다.
서울농대를 졸업한 황대권님은 1985년 ~1998년까지 13년 2개월을 간첩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을 살다 나왔다.
5년동안을 억울해서 온갖 반항(?)을 다 해보았지만 체념하고 감옥 마당 한쪽에 작은 밭을 일구어 야생초를 키워 먹기도 하고 연구도 하고 , 밖에 나갈일이 있을 때면 처음보는 야생풀들을 캐어와서 심기도 하면서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했다.
천주교에 귀의하여 바우라는 이름으로 종교생활을 시작했다는데 그림에도 서명을 Bau라고 썼다.
편지 하나하나를 읽으며 어찌 이리 사람이 순수해질수 있는지 감탄하며 실물보다 더 정겨운 야생초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듣는듯 보는듯 마음으로 녹아내렸다.
담벼락과 마당사이에 뿌리를 내려 생명을 이어가는 풀들... 청소 명목으로 모조리 뽑히고 밟히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야생초를 자신과 동일시 하기도 한다.
없어져야 하는 풀은 없다. 만물은 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있는 것이다.
모두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것이 만물의 이치이건만 사람들은 입맛에 맞는 채소를 키우기 위하여 풀들을 제거해 버린다. 토종이 사라져가고 야생초들이 갖고 있는 약효를 알지도 못한채 비타민이며 화학영양제를 먹는다.
채소와 야채씨와 함께 산야초씨도 섞어서 뿌린 밭에서 제멋대로 자란 풀들과 함께 하는 생활을 그려본다.
아파트 베란다에 스치로폼 박스에 흙을 담아 심어놓은 상치를 보며 곁에 조그맣게 자라나온 괭이밥풀을 뽑아 버렸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냥 둘것을... 먹을수도 있는것인줄 이책을 보고 알았다.
자유를 박탈당한 감옥에서, 한평밖에 안되는 작은 공간에서, 사색하고 공부하며 거미와 모기와 사마귀의 생태까지... 작은 청개구리를 키우기도 하고, 촌철살인의 유머까지 참으로 재미있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였다. 사유와 삶의 허무와 생의 끈질김도 다 담아낸 편지들은 감동이다.
감동이다....
생태공동체 연구모임을 이끌고 있다 했는데 이책이 2002년 출간되었다니 벌써 11년 전이니까 지금쯤은 더욱 활발한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겠지만, 이분의 집에 가고 싶어진다. 어떻게 야생초와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을까 ...
흔히 보는 식용풀들로 야생초 모듬 나물을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아파트 화단에도 여러가지 풀이 있지만 벌레퇴치용 살충제를 수시로 뿌리니 아예 생각도 말아야겠고...
산에가면 산국이나 감국을 따와서 말려 국화차나 만들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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