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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는 이야기

한밤중의 울음소리

한밤중이다.
갑자기 어디서 어~어 하는 우는 소리같은게 들린다.
놀라서 일어나 보니 작은애가 식탁에 앉아 뭘 보고 앉아있다.
머하는고 하고 보니 글쎄,
자두를 먹다가 벌레를 발견했다네.
"엄마, 내가 이 벌레를 먹을 뻔 했다"
꼬물꼬물 기어가는 벌레를 어~ 해가며 보고 있었던 거다.
"그거 먹으면 미인 되는데, 너 미인되기 글렀다. 고만 들어가 자라!"
"아니, 내 쫌만 더 감상할끼다."
참, 기가 막히는 녀석이다.
이녀석 초등학교 1~2학년 때 쯤인가보다.
개울에서 개구리알을 떠 와서 플라스틱 조그만 어항에 넣어 베란다에 올려놓았었다.
알이 부화해서 올챙이가 되었고 모두 그 올챙이 자라는것에 신기해했었는데,
어느날인가 아파트소독하는 날에 벌어진 일이다.
요즘은 잘 안하지만 그때는 아파트 전체를 연기나는 기계들고 와서 소독하곤 했었다.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오고...
그만 깜빡하고는 어항에 덮개를 씌우지 않았나 보다.
집에 돌아오니 올챙이들이 모두 동동 물위로 떠올라 죽었는줄 알았네.
아이는 울고 불고 올챙이 살려내라고 얼마나 난리를 쳤는지 다시 개울로 가서올챙이 떠다 준다 해도 싫다고 오로지 저 올챙이 살려내라는데 미칠노릇이었다.
물을 새로 갈아주고 그렇게 한참을 싸우고 있으려니 올챙이가 다시 살아나는 바람에 나도 살아났었던 기억.

나는 개인적으로 학교앞에서 살아있는 생물을 파는 사람들을 증오한다.
어느날인가는 병아리를 한마리 사 왔다.
참 귀엽고 예뻐서 작은 종이 집도 만들어주고 모이도 사오고...... 혹시 죽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이왕 사온것 키워보자고 온 식구가 매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째 되니 시들시들 눈꺼풀이 내려오고 비실 거린다.
그러다 사흘째는 아이의 손바닥 위에서 죽어버렸다.(병아리를 쓰다듬으며 숨을 불어주고 제발 살아라고 우는 모습이라니)
죽었다고 버리자 했더니 기어이 휴지로 싸고 작은상자에 넣어서 다음날 아파트 화단 한 쪽어딘가에 묻고 왔다.
그리고는 한달동안 아이는 분명이 집으로 오고 있는 걸 보았는데 안와서 찾아보면,
그 병아리 무덤에 가 있었다.
손에 쥔 과자를 올려놓고 그렇게 죽은 병아리와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 두번 다시는 살아있는 생물같은것 집에서 키우는 것은 금하였다.
햄스터를 한번 길러본 것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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